“과학과 최고경영자의 만남” 서울대 자연대에서 운영하는 ‘과학 및 정책 최고연구과정’은 언뜻 이 어울리지 않는 만남을 주선하는 과정이다. 1주일에 2회씩, 6개월동안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나노과학, 정보과학, 생명과학 등 과학계의 다양한 쟁점과 이슈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과학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첨단과학기술의 향후 발전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02년 봄에 과정이 시작된 이후 현재 8기까지 졸업생을 배출했다. 수강생들의 강의 만족도와 호응도도 높은 편이다. 6개월동안 45회의 강좌를 소화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지만 학생들의 출석률이 80% 이상일 정도로 열의가 뜨겁다. 과정 관계자는 “강의가 끝날 때마다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만족도가 떨어지는 과정은 과감히 배제한다”고 전했다.
◈강의는 어떻게 진행되나=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대 자연대 25의 1동 국제회의실. 제8기 ‘과학 및 정책 최고연구과정’의 마지막 강의인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의 열정적인 디자인 강의가 한창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행운의 넥타이’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이대표는 “디자인도 결국에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 과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업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한학기동안 함께 과학을 탐구해온 동기들과 악수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강의의 목표가 사회 다양한 분야의 지도층 인사들과 함께 과학과 과학정책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고 과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인만큼 딱딱한 주제 일색으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비과학도가 흥미를 느낄 만한 대중적인 과학 이야기와 과학 일반에 대한 강의가 교차돼 있으며 크게 4분야로 나뉜다. 수리통계, 생명, 물질, 지구환경, 문화를 다루는 ‘과학의 이해’, 정보과학, 나노과학, 환경과학, 생명과학, 우주과학을 다루는 ‘첨단 과학기술’ 부문, 과학과 기술을 접목해 조망하는 ‘과학기술과 경영’, 과학적 측면에서 삶을 조망한 ‘비전·특강’ 등이 있다. 강사진은 서울대 교수진과 외부 초청인사들로 구성된다.
이번 학기의 경우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장의 ‘하나님의 우주디자인 감각을 엿본다’를 시작으로, 이은주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환경을 위한 작은 희망-친환경농업과 환경보전’, 이왕재 서울대 의대교수의 ‘비타민C와 현대인의 건강’, 변리사 백만기씨의 ‘첨단기술전쟁 시대의 특허 경영전략’, 이영조 통계학과 교수의 ‘통계로 세상보기:금융 파생상품 보험 품질개선’ 등 실생활과 과학이 접목된 이슈들을 다뤘다.
그렇다고 가벼운 주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기술, 나노’, ‘나노과학(NT)―생명과학(BT) 융합기술로의 초대’ ‘컴퓨터의 구조와 발전 방향’ 등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으며 여건에 따라 과학계의 이슈가 되는 인물들이 초빙돼 특강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번 학기에는 윤송이 SK 텔레콤 상무가 초빙돼 많은 박수를 받았다.
◈누가 듣나=학생들은 기업체 사장,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종교인, 공무원등 다양하다. 이번 기수 회장을 맡고 있는 백운학 청운테크 대표이사는 일주일에 2회씩 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는 열의를 보였다. 백 대표이사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며 “학교 졸업 이후 업데이트가 잘 안되는 과학 전반에 대한 상식을 정리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김건 농어촌발전연구소장, 김우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연구위원, 임흥순 서울 관악소방서 행정과장 등 20명이 강의를 수강했다.
이미 과정을 이수한 동문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정해창 전법무부장관, 박영관 세종병원 이사장, 오종남 IMF 상임이사, 김진수 CJ 대표이사, 이은미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등이 주요 졸업생이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 |